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
여러분은 현재 어떤 형태로 주택에 거주하고 계신가요? 본인이 구매한 집이 아니라면 집값의 일부분을보증금(전셋값)으로 주고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하는전세, 그리고 전셋값보다는 적은 보증금을 내고 매달 이용료를 내는 월세형태로 임대 계약을 맺으셨을 겁니다. 이중에서 매달 내야할 돈이 없는 전셋집이 월셋집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은데요, 요즘전세 물건이 너무 구하기가 어렵고 물건이 있어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그런데 이런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거 형태라는 것을 아시나요? 오늘은 점점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전세 제도의역사부터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 전세 제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전세 제도의 시작 전세 제도의 역사는 의외로 깊습니다. 고려시대의 '전당(典當)제도'를 그 시초로 보는데요, 이 제도는말 그대로 논밭을 빌려서 경작을 하고 그 이자를 사용료로 내던 제도였습니다. 그러다 전당제도가조선시대부터 주택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주고집을 대여하는 '가사전당(家舍典當)'이란제도로 발전합니다. 이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지방에서 서울로의 이주자가 많아지고 주택 수요가 부족해지면서 가사전당 방식이 대표적인 임대 방법으로 자리잡습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도전세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문 위키피디아에도 우리나라 발음법 그대로 'Jeonse'로 등재된 전세 제도 ©위키피디아) 대표적인 이유로는 낙후되었던 금융과고금리, 그리고 부동산 불패 신화를들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고가의 상품입니다. 따라서 집을 구매하려면 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과거에는금융이 발달하지 않아 대출 자체가 쉽지 않았고 혹여나 대출이 된다고 해도 고도 성장기였기 때문에대출 이자가 높아 쉽게 돈을 빌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경제 성장 덕에 부동산 가격은 끝을 모르고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집을 사두기만 하면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형성되었고 주택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늘어만 갔죠. 이런 가운데 전세 제도는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 모두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제도였습니다. 전세 제도를 이용하면집주인은 콧대 높은 금융 기관에 가지 않고도, 집값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자금을 세입자에게 받을 수 있어 적은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입장에서도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보다 계약이 끝나면낸 돈을 그대로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가 더욱 좋았죠. 즉, 전세 제도는 금융업이 아직 덜 발달한 상황에서부동산 값이 오르던 한국의 시대적 배경과, 집주인•세입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져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 현재의 전세 제도와 상황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전세는 월세처럼 매달 내야할 돈은 없지만 보통 2년 정도 되는계약 기간이 끝나면 시장의 가격 변동에 따라 전셋값이 오르곤 하는데요, 최근 이오름세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아무리 시세에 따른다고는 해도 2년새 전세 가격이몇천만 원씩 오르는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운데요, 전세 가격은 갑자기 왜 이렇게 오르는 것일까요? 그리고 요즘 집주인들은 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을 요구할까요? 그 이유는전세 제도가 형성된 것과 정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금융의 발달과 저금리, 그리고 부동산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것이 전세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죠. 요즘은 과거와 달리금융 기관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오히려 금융 기관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가라고 사정할 정도죠. 게다가 고도 성장기가 지나고 경제가 안정이 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금리가 사라지고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세로 운영하는 장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5억 원의 집을 3억 원에 전세를 줬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3억 원을 단순히 은행에 저금만 해도 이자로 연 10% 이상의 수익이 났습니다. 게다가 1~2년 후면 집값도 많이 오르기 때문에 집값보다 싸게 전세를 줘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일이 아니었죠. 그러나 지금은 전세금 3억 원을 은행에 맡겨봤자 예금 이자가 고작 2% 정도이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에 들어오는 돈이 훨씬 적어졌고, 예전만큼 집값 상승의 기대도 높지 않기 때문에 집을 팔아서 돈을 벌기보다 월세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5억 원짜리 집을 전세 3억 원에 빌려주는 대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여 보증금 1억에 월세 100만 원을 받게 되면,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6%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 1,200만 원/투자금 2억 원 = 6%) (3) 과연 미래에도 전세가 존재할까? 앞서 언급한 대로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시대 배경 속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발전한 제도입니다. 대부분의선진국에서는 전세 제도 대신 월세 위주의 임대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처음 전세 제도에 대해 설명을 듣는 외국인은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제값보다 싼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는 전세 제도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이죠. 곰곰이 생각하면 전세 제도는 집값 상승이라는 가정이 없다면 말이 안 되는 제도입니다. 집이 아닌 다른 물건이라고 가정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 누구도 5천만 원짜리자동차를 3천만 원에 빌려주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금 부담과 노후 주택의 가치 하락을 감수하고도 5억 원짜리 집을 3억 원에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자동차와 달리주택은 5억 원짜리 집이 향후 6억 원이 되고7억 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집주인들에게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의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고 그러면서 전세 제도가 점점 그 매력을 잃고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2010년 이후 서울에서는 급격히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늘고 있다 ©통계청) 물론 일부 지역에서 시세 상승을 노리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갭투자가 성행하면서, *갭(gap)투자 :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 다시 전세가 안정되고 있는 추세이나 장기적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때문에 전세가 꼭 필요한 분들은 이런 상황을역으로 이용하여, 전세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갭투자 성행 지역을 노려본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전셋집을 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전세 제도와 그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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