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원하는 E-GUT 14화 : 길라잡이 > 사람잡이
- 서쪽에 위치한 대학으로 가라. 그곳에서 귀인을 만날 것이다. - 글씨체를 보니 의사가 될 팔자다.- 적성 검사 결과 인류학 혹은 고고학 쪽이다. 대학, 전공, 진로 선택을 두고 고등학생 S양은 어머니와 함께 무속인, 필체감정사, 적성탐색 기관을 찾아갔다. 세 곳에서 나온 결과를 두고 S양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사는데 서쪽에 있는 대학에 가라니 그쪽에는 바다 밖에 없고, 의사가 되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싫고, 인류학, 고고학은 돈벌이도 안 되는 전공인데 그게 나의 적성이라니……”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진로에 관해 늘 불안하다. 불확실한 내일을 엿보고, 불안감을 줄이려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이 적성검사다. 최근 들어 손가락 지문으로 개인의 선천적 재능, 성격, 장래 직업까지 파악해주는 지문적성검사가 등장했고, 그것을객관적,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테스트로 받아들이고 신뢰하여 자신의 모든 삶을 올 인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을 몇 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고, 몇 가지 혈액형으로 나누고, 몇 가지 관상으로 구분하여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로 앞길을 가이드 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이렇게 미래를 가이드 하는 도구들이 길라잡이 일까 사람잡이 일까. 적성검사의 가장 큰 첫 번째 문제는 치르는 시기와 치르는 자의 태도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에 있다. 플로리다 대학의 리처드 그리피스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6주 간격을 두고 똑같은 내용의 적성검사를 실시했다. 차이점은 한가지뿐이었다. 두 번째 검사를 실시할 때 학생들에게 “이번 것은 기업 채용에 사용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결과, 똑같은 질문에 학생들의 30%가 두 번째 검사에서는 첫 번째와 다르게 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성검사의 두 번째 문제는 사회와 직장에서 요구하는 창의력, 인간관계, 성실성 등을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전문 분야에서 요구하는 세부적인 능력과 기술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신과, 성형외과, 응급실 의사 등 모두가 의료분야에 소속되어 있지만 요구되는 성향은 각각 다르다.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정신과, 예술적인 안목이 필요한 성형외과, 응급실은 순간적이고 정확한 판단능력을 요구한다. 이런 변수는 일반화된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한 전공이나 직업과 적성의 불일치를 가져온다. 적성검사의 세 번째 문제는 치르는 자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초ˑ중ˑ고에서 경험하는 것과 대학에 진학해서 경험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지선다형에 익숙한 그들이 자신이 지닌 소질과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성검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나아가, 설사 자신의 적성 소재지를 파악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환경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의지, 태도, 행동은 물론 성격까지 바뀌는 것이 인간이다. 자신의 미래를 점치기 보다 원하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기본기술을 다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임을 사람들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성검사에 연연하고 그 결과에 올인한다. 올인의 끝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길라잡이로 시작된 적성검사가 사람잡이로 변한 모습이다. 대니얼 홍의 더 많은 컬럼을 확인하세요.http://www.haniedu.com/column/h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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